KFC 블러디 그레이비 버거

 장사를 잘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안목이 필요하지만, 역시 '대목'을 잘 읽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10월의 첫발을 막 떼었을 뿐이지만, KFC는 기민하고 빠르게 '할로윈'이라는 컨셉을 잡고 타 경쟁사 대비 수익체증을 노렸습니다. 그리고 준비한 메뉴는 좀비와 귀신, 그리고 피를 연상시키는 모습의 버거.

 실제 내용물은 자신들의 시그니쳐를 살린 필렛패티와 해시브라운입니다. 여기에 매운 소스를 추가해서 피가 흐르는듯한 모습을 연상시켰습니다.

 하지만 맛은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최근 재판에서 매운맛을 경쟁하듯 내세우기 때문에 본래 기대했던 맛을 보여주기에는 한없이 부족하다는 말을 한적이 있는데, 그걸 의식한듯 매운맛을 대폭 감소시켰습니다. 내용물을 다시 살펴보면 알수 있듯이, 양배추 없이 양파와 튀긴재료만 들어가 있습니다.

 KFC의 기본 치킨버거 세팅이 살짝 짭짤한 후추맛이 나는것을 감안해도, 느끼함을 잡기 위해서는 일정이상의 매운맛이 필요했습니다. 그렇지만 첫 입을 물었을때는 전혀 그런 특색을 느낄수 없었습니다.

 치킨패티는 겉이 바삭해야 속의 촉촉한맛과 어우러져서 좋은 풍미를 낼수 있는데, 물컹한 해시브라운과 특색없는 소스의 절망적인 조화로 불쾌한 식감을 나타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물컹하고 느끼한 맛을 내는 버거에게서 느낀 감상은 느리게 걷는 이빨 없는 좀비같았습니다. 이전과 다를것도 없고 그렇다고 신선하지도 않으면서 재미도 없는, 철저하게 성의가 없어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음식장사를 하는데 있어서 계절상품은 매우 중요합니다. 맥도날드는 컬리후라이가 본편이다 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새해마다 꾸준하게 행운버거를 판매합니다. 후라이만 사먹는 사람은 적기에 이 전략은 유효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후라이 자체에 개성이 있습니다.

 그에 비해 KFC의 버거는 대충 이불보 두르고 문 두드리면 사탕 준대! 라는 말에 따라간 철없고 욕심많은 어른의 모습같아서 제로콜라를 마신 뒷입맛이 씁쓸합니다.

 

 본 피청구인에게 '무기징역' 처분을 내립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