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글/동방잡담

17. 오니는 그런말 안해 - 2. 옛날 옛적에

쿠로카제 2016. 6. 28. 07:53
본문:

https://twitter.com/kuro_toho/status/747419173463031809



 우선 지난시간에 말한대로 동방에 나오는 오니의 원전은 상당히 노골적입니다 뭐 이부키 스이카 정도면 명확하진 않았을지 모르지만 서도 유우기나 카센은 너무 대놓고 보이는 수준이죠


 스이카의 원전은 '슈텐도지酒呑童子'에서 비롯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충 민담? 전설? 정도 되는 이야기인데

그걸 설명하기에는 너무 많이 알려져 있고 지면도 부족하니 제 나름대로의 해석으로 각색을 마쳐 세 오니를 모두 묶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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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옛적에 이부키伊吹산에 한 오니가 살고 있었어요. 그녀의 이름은 스이카萃香로 항상 술병을 들고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항상 취한채로 행패를 부리고 다니니 인간들에겐 피해가 말도 아니었지요. 그러다가 어느날 그녀는 환상향에 가게 됩니다


 그 환상향엔 무투에 특화된 무녀가 있었는데요. 특히 인간을 해치는 요괴에는 자비심이 없었답니다

이바라카센茨華扇이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오니는 힘은 강하지 않았지만 지능이 높아서 이곳저곳 설교를 하고 다녔답니다


 그녀의 말에는 짐짓 설득력이 있었지만 무녀가 듣기에 요괴의 말은 간사한 말에 불과 했죠 결국 심기를 잘못 건드린 이바라카센은 오른팔을 무녀에게 잘리고 맙니다

이때 호시구마星熊라는 성을 가진 오니가 그녀 곁으로 다가옵니다


"애야, 어째서 그리 슬피 우느냐? 이런, 팔을 잘렸구나 괜찮은것이냐?"

"훌쩍.....훌쩍....."

"(잠시 생각하다가)애야, 혹시 그 이야기를 들었느냐? 이 환상향에 일본 전설의 슈텐도지님께서 오신다고 하더구나. 그분 밑으로 가지 않겠니?"


"그분이라면 네 팔을 고쳐줄수 있을거라 생각한데, 어떠하니?" 소녀는 나직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하여 유우기勇儀라는 이름을 가진 오니는 이바라카센을 데리고 슈텐도지인 스이카가 있는 요괴의 산으로 가게 됩니다


스이카는 크게 기뻐하며 이바라카센을 반겼습니다

"유우기, 그래 좋은 재목을 데려 왔구나. 그래, 이름이 무어라고?"

"이바라카센 입니다......"

"음....? 어감이 별로군. 그래, 이름은 카센으로 하고 성은 이바라키茨木로 하자. 어떤가?"


 이바라카센, 아니 카센은 고개를 끄덕였고 스이카는 호탕하게 웃었습니다

"좋아 좋아. 그래, 환영의 의미로 내 술을 받게. 어이 유우기, 네 호시구마하이星熊杯를 빌려주게"

"아, 괜찮습니다"

카센은 그렇게 말하며 됫박 하나를 꺼냈습니다


 "이거면 되겠습니까....?"

스이카와 유우기는 서로를 잠시 처다보고는, 서로 크게 웃었습니다

"와하하하하! 그래 좋군. 좋아! 그래 이 좁고좁은 환상향을 우리 오니의 나라로 만드는거다!"

술잔을 가득 채운 술들을 다른 오니와 함께 쭉 들이켰습니다


 그리고 살육은 시작되었죠 오니들의 주지육림속에서 인간들은 언제 잡아 먹히나 두려움에 떨어야 했습니다

처음엔 그저 가벼운 균형 이라 생각한 무녀도 가볍게 볼 일이라 생각치 않았는지, 그대로 요괴의 산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그녀 앞을 한 카라스 텐구가 가로막았습니다

"거기까지 입니다!"

"응 아니야"

한컷도 소비하지 않고 슈텐도지에게 직면한 무녀는 태연하게 말합니다

"이봐, 적당히 해야지. 유카리에게 둘러 대는것도 귀찮아. 여기에 왔으면 규칙을 따라야지"


 유우기와 카센은 분노했으나 스이카는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규칙? 그런건 네놈들 약자들이 정한 살기위한 비겁한 방법 아닌가? 강자가 약자를 지배한다. 당연한거 아니겠어?"

무녀는 듣지도 않은채 침針을 날렸지만 스이카는 주먹으로 모두 튕겨냈습니다


"어리석군, 인간. 삼대귀신장인 이 슈텐도지를 인간인 네년이 어떻게 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느냐!"

"내"

이후 메챠쿠챠 퇴치당한 슈텐도지를 본 호시구마 도지와 이바라키 도지는 황급히 살길을 찾아 사라지고 환상향은 평화로워 졌습니다

메테나시 메테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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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대략 일천년정도 지난 지금에 와서 무녀가 어찌 못하는거 보면 어쩌면 슈텐도지는 더 강력해진걸지도요.....

스이카萃香란 향기를 모은다는 뜻입니다. 그녀의 능력에 매우 적절하죠

가지고 있는 술병은 술이 무한대로 나오지만 약간 설익은 술이라 합니다


 유우기勇儀는 대충 용기勇気와 발음이 비슷한것처럼 엄청나게 용맹함을 자랑합니다. 실제로 손에 든 호시구마하이(한되쯤 된다 함)에 술을 채우고도 레이무와 대등하게 싸우면서 한방울도 흘리지 않았으니까요


 카센華扇은 떡밥이 많은 캐릭터이긴 합니다 팔잘리고 이바라키茨木가 성이고 됫박 가지고 있는거 보면 완벽한 오니인데 정작 본인만 강력히 부정중이니......


 세 오니는 모두 한자리에 있었습니다

다만 지금은 하는일도 모습도 생각도 모두 달라졌네요

무엇이 그들을 바꾸었는지는 알수 없지만, 동료의식이 강한 그들이라면 언제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나서줄것입니다



++

줄인다고 줄였는데 길어져서 생각보다 생략한 부분이 많은

우선 카센이 가진 됫박은 약효가 생겨서(딱히 술맛이 좋아지는건 아니지만) 힘이 세지는 술이 되지만 한동안은 오니처럼 된다는 단점이 있는 됫박


선대무녀를 가로막은 텐구는 현재의 샤메이마루 아야.

당시 요괴의 산을 거점으로 삼아 오니들은 텐구를 휘하에 두고 오니사회를 만들었지만 메챠쿠챠 퇴치 당한 이후로 버려진 텐구들은 스스로의 사회를 이어받은 셈


너무 큰 떡밥을 물었나 생각보다 너무 이야기가 길어져서 당황